“나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것 같아요.” 이런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반대로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도 주변에 꼭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제로 ‘절대 살이 안 찌는 사람’이나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덜 찌는 사람과 더 잘 찌는 사람은 존재합니다. 이는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의 에너지 효율성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에너지 효율이 다른 몸, 같은 음식 다른 결과
자동차를 떠올려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같은 양의 연료를 넣어도 차종에 따라 연비와 주행거리가 다릅니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누군가는 쉽게 지방으로 저장하고, 누군가는 상대적으로 덜 저장합니다.
실제로 실험동물로 많이 사용되는 쥐나 기니피그, 그리고 식용 가축인 소, 돼지, 닭 역시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동물들입니다. 적은 먹이로도 빠르게 성장하거나 체중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선택된 것입니다. 이처럼 생명체마다 에너지 활용 방식에는 차이가 존재하며, 인간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절약형 vs 낭비형 체질의 차이
생리학에서는 이를 절약 표현형(thrifty phenotype)과 낭비 표현형(spendthrift phenotype)으로 설명합니다.
- 절약 표현형: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하여 조금만 먹어도 지방으로 잘 축적됨
- 낭비 표현형: 에너지 소모가 커서 많이 먹어도 상대적으로 살이 덜 찜
생존의 관점에서 보면 절약 표현형은 매우 유리한 유전자입니다. 음식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살아남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대처럼 음식이 넘치는 환경에서는 오히려 비만에 취약한 체질이 될 수 있습니다.
살이 잘 찌는 체질, 호르몬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절약 표현형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렙틴 저항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렙틴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데,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이미 충분히 먹었음에도 계속 먹게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결국 장기적으로 체중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낭비 표현형의 경우 이러한 저항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체중 조절이 비교적 수월한 편입니다.
제가 느낀 체질의 차이와 생활 습관의 변화
저 역시 어릴 때부터 살이 잘 찌는 편이었습니다. 주변에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한동안은 “유전 때문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을 하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체질은 바꿀 수 없지만, 결과는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공식품을 줄이고, 채소를 챙겨 먹고, 계단을 이용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살이 찌는 것이 싫어서 시작한 행동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건강이 더 좋아졌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불리한 체질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은 분명 관리가 더 필요한 조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더 건강한 생활 습관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꾸준히 관리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왜 나는 이런 체질일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이 체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입니다. 체질은 출발선일 뿐,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선택과 습관입니다.